투자 마인드 by가치 투자 연구소

고수들의 매매법 2019. 11. 17. 17:06 Posted by 울트라z

1. 잃는 것에 예민한 투자에 대하여


투자에서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벌을 수 있느냐'일까, '얼마나 잃을 수 있느냐'일까? 성공적인 투자자는 먼저 얼마나 잃을 수 있는가를 보는 듯하다. 이익을 따지기에 앞서 손실에 먼저 예민한 것이다. 투자에 있어 '잃지 않는 투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50%를 잃으면 회복할 때는 100%를 벌어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잃지 않아야 '복리'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도 그렇다.

예를 들어 한 해는 100%의 수익을 보고 한 해는 -30%의 손실을 보는 것을 10년간 반복하면 원금은 약 5.4배로 늘어난다(물론 100%의 수익을 이렇게 자주 얻는 것은 대단히 쉽지 않다.). 그리고 연 30%의 수익률을 10년간 꾸준히 내면 원금은 약 13.8배로 늘어난다. 이러한 차이는 20년, 30년으로 가면 복리의 효과로 더욱 크게 벌어진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벌고 조금 잃는 것보다 조금씩 꾸준히 버는 것이 훨씬 우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 단위의 투자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상반기에 크게 벌고 하반기에 조금 잃는 것보다,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조금씩 버는 것이 더 낫다. 1분기에 벌고 2분기에 잃는 것보다 1분기와 2분기 모두 조금씩 버는 것이 낫다. 이번 달에 벌고 다음 달에 잃는 것보다 두 달 모두 잃지 않는 것이 낫다. 잃지 않는 투자와 복리의 원리는 연 단위로는 물론 반기, 분기 등 매 순간의 투자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리인 것이다. 50%를 잃으면 회복할 때는 100%를 벌어야 한다는 것은, 반대로 100%를 번 것도 50%를 잃으면 순식간에 날아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나 벌 수 있느냐'에 주목하는 투자자는 때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듯하다. 이들은 지루한 투자로는 보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보이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곤 한다. 하지만 100%를 벌고 50%를 잃은 투자(=원금)는 결국 1%를 버는 투자보다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벌 수 있느냐'에 집중하는 투자자는 언젠가 잃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 정도의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낸다면 머지않아 국내 최고의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인데, 그러한 사례를 아직까지 우리가 만나지 못한 이유이다(연 2배로 10년이면 원금은 약 1,000배로 불어난다.). 중요한 것은 결국 '지속성'이다. 장기적으로 조용히 원금을 불려가는 쪽은, 시장에 오랜 기간 살아남아 있는 쪽은 "얼마나 잃을 수 있느냐"에 먼저 주목하는 투자자가 되게 마련이다.

'잃지 않는 투자'라고 하면 지루하고 고루한 이야기로 들리기 십상이다. '얼마나 벌 수 있는가'와 '얼마나 잃을 수 있는가'를 비교할 때, 후자는 뭔가 '저렇게 해서 언제 벌어?'라는 느낌을 주곤 한다. 그러나 복리의 원리는 차치하더라도 애초 '잃지 않는 투자'가 '벌 수 없는 투자'와 동의어인 것은 아니다. 잃지 않으면서도 벌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투자의 핵심이라고 판단된다. 단지 우리는 많은 경우 '잃을 수도 있지만 벌 수도 있는 투자'와 '잃을 가능성은 낮으면서도 벌 수 있는 투자'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2. 투자관과 종목선별기준의 다양함에 대하여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즉 절대적인 하나의 진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성공한 투자자들, 내로라하는 대가들의 말을 종합해보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양한 투자관과 다양한 종목 선별 기준 등을 만날 수 있다. 투자의 판단을 항상 자신이 하여야 하는 것도, 남의 생각에 의존해서는 안 되는 것도, 나와 생각이 다른 저 사람이 성공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투자는 경험의 지식이다. 투자를 가르친다는 것은 물에 뜨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처럼 어렵다. 무언가 조언은 할 수 있지만 그 조언이 피부로 와 닿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또한 말로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경험을 통해 숙지하고 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투자의 지식을 쌓는 데 있어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극단적 상대주의를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성을 관통하는 공통점들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결국 다양한 경험들이 모여드는 접점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겠지요. 다음 글에서는 이에 대해서 쓰겠습니다. 이 글은 단지 어떤 "절대적인 기준 및 비법"이 아닌 "투자자로서 가져야 할 관점과 생각"이 중요한 이유를 먼저 정리한 것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업과 주가의 움직임을 상당 기간 살펴본 결과 ROE가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은 A와 PBR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은 B, BM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은 C가 있다고 하자. 각 결론에는 그 근거가 되는 배경과 경험이 존재한다. A는 ROE가 장기간 유지되는 기업이, 혹은 ROE가 높은 기업이 이후로도 잘 성장하고 주가도 잘 오르는 것을 확인(=경험)한 것이며, B는 저PBR은 결국 해소되고 오르기 마련이라는 근거들을 확인(=경험)한 것이다. C는 무엇보다도 BM이 좋은 기업이 장기간 성장하는 것을 확인(=경험)한 것이다. 이들은 각각 다른 사례를 보았고 다른 경험을 하였다. 그에 따라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인지를 다르게 느끼게 된 것이며 체화한 것이다. 그에 따라 각각의 투자관을, 각각의 종목선별기준을 착용하게 된 것이다.

다른 투자관을 갖게 된 것은 다른 경험을 한 것에서 비롯된다. 경험의 지식에 있어 경험은 곧 지식이다. A와 B, C는 서로 다른 기반 지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다른 지식을 밑바탕에 깔고 A가 B의 투자법에 관심을 갖고, C가 A의 투자법에 관심을 갖거나 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기억에 담긴 사례와 체화한 경험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봐온 바에 따르면(우리는 실제로 투자에 있어 많은 경우 이러한 논리에 의존한다. "내가 봐온 바에 따르면",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PBR이 낮은 것은 다 이유가 있고, 성장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런 기업은 거의 오르지 못한다.'고 생각한 D가, B가 슈퍼개미라는 것을 듣고 갑자기 B가 보유했다는 저 PBR 주식을 샀다고 할 때, 과연 이 주식을 오랜 기간 보유할 수 있을까? 이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논리를 따져볼 때, D의 모든 생각은 B가 보유한 그 주식을 팔라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이것은 『집중투자』에서 워런 버핏이 반대했던 주식을 통해 글렌 그린버그는 몇 배의 수익을 얻게 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다. 둘은 투자를 보는, 기업을 보는 다른 눈을 가졌고 이에 따라 다른 투자 근거, 다른 투자 논리를 떠올렸을 뿐이다.

이 글은 두 가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①어떤 기업을 볼 때 내가 보는 '싼 것'과 다른 사람이 보는 '싼 것'은 다르다는 것, 그리고 ②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장기간 준수하면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주식시장에서 대부분은 뻔한 말들이다. 싼 주식을 사라, 오랜 기간 보유하라, 투자 논리를 다듬어라 등등.. 이 말을 보고 누군가는 "그래서 싼 게 뭔데?", "그래서 오랜 기간이 어느 정도인데?"라는 등의 질문을 하곤 한다. 나는 이러한 질문이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싼 기준'은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봐야 한다. 우리가 워런 버핏이 산 주식을 똑같이 산다고 수익을 낼 수 없는 이유는, 슈퍼개미가 산 주식을 똑같이 산다고 수익을 낼 수 없는 이유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험한 것이, 체화한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많이 있다. 사업모델이나 독과점 정도, ROE나 주주환원 정도, 장기간 지속되는 수익, 뛰어난 자산가치, 보수적인 회사 운영 등 이 중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할 것인지는 각각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그저 어떠한 기준들이 있다는 것을 접한 후, 내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소화하고 익혀나가면 될 뿐이다. 어떤 절대적인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의미 없을 가능성이 크다. 누군가는 PER 밴드 상 저점에 왔으므로 싸다고, 누군가는 10년 전 주가에 왔다는 이유로 싸다고, 누군가는 PBR이 0.5배 이내로 들어왔으므로 싸다고, 누군가는 성장성을 감안할 때 PER 20 이하는 싸다고 판단할 수 있다. 누군가는 정성적 논리에 근거하여, 누군가는 정량적 수치에 근거하여 싸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는 각각 자신의 경험에 따른 판단일 것이며, 다른 관점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도, 투자 판단을 점검하는 기준도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뻔한 말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이는 수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있고, 기본적으로 투자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앞의 전제에 동의하는 동시에 어떤 절대적 기준을 요구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 모순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장기간 준수하라"는 말도 사실 뻔한 말이다. 이것은 사실 이렇게도 볼 수 있다. "자꾸 다른 사람의 투자 방식에 눈을 돌리지 마라.". 앞서 언급하였던 것과 비슷한데 다른 경험과 다른 지식을 축적해왔다면, 당연히 투자관이나 투자 방식도 달라야 한다. 기반이 다른데 위에는 같은 건물을 세우겠다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험을 쌓고 자신의 투자 원리를 끊임없이 다듬는 과정을 시사한다. 투자는 경험의 지식이기 때문에 원칙을 세우려면 그만한 경험이 쌓여야 한다.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를 판단하고, 실제로 투자를 옮기고 보유하는 전 과정에 있어 내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이를 어떻게 복기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투자관을 정립해가는 것이다.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라는 것 자체가 이런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왜 대가들은 자꾸 투자자로서 가져야 할 생각과 마인드에 대해 얘기하는가? 기업을 판단하는 절대적 평가 기준이나 싼 것의 절대적 기준, 오랜 기간의 절대적 기간 등을 말해주지 않는가? 왜 "이런 주식을 사라"는 말조차 "해자가 있는 기업", "무형의 가치가 있는 기업",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뛰어난 기업", "장기간 수익이 지속되는 기업", "오랜 어려움을 극복하고 턴 어라운드 하는 기업"이라는 등의 애매한 말들만을 하는가? "싼 주식을 사라"는 말은 사실 "당신이 보기에 싼 주식을 사라."는 말이다. 그저 그런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 '이 기업은 해자라고 할 만한 것을 갖고 있는가?', '이 기업의 경영진은 믿을 만한가?', '이 기업의 수익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 '이번에 적자를 벗어날 수 있겠는가?', '현 밸류에이션은 적정한가?' 등...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결국 그동안 쌓인 스스로의 투자 지식이 된다.
대가들은 (절대적이지는 않은, 적용하기엔 다소 애매모호한) 많은 기준들을 던져준다. 그것이 애매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 당연하다. 아직 내 것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경험이 쌓이고 자신만의 투자관, 종목선별기준이 확립되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애매하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핵심은 "내가 보기에 이 주식은 싼가?"이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쌓인 내 투자 경험과 지식이다. 투자는 경험의 지식이며, 습득과 체화의 과정이다.  

*"자신의 원칙을 세우고 장기간 준수하라"는 말에서 '자신의 원칙을 세우는' 그 과정이 투자의 1차 과정인 것 같습니다. 이 말에는 투자 관련 지식들을 배우는 것도, 그 지식들을 나에게 알맞게 체화시키는 과정도 포함되는 듯합니다. 생각보다 엄청난, 절대 만만치 않은 과정인 것이죠... 물론 이후로도 계속 경험을 쌓으며 그 원칙들을 조금씩 다듬어가야 할 것입니다.  
*앞서 잃는 것에 예민해야 한다는 것을, 투자에 앞서 먼저 "얼마나 잃을 수 있는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그뿐입니다. 과거 제가 잃었던 투자는 모두 "얼마나 벌 수 있는가?"에만 집중한 결과였었습니다. 하방이 열려있는가를 먼저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투자 논리를 세우는 관점은 크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 자체로 안전한 투자를 지향하는 마인드와도 연관이 되는 듯하고요. 이는 종목 소개 글을 볼 때 Risk 부분을 가장 먼저 읽는 것과도 연관된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투자를 판단하기에 앞서 "얼마나 잃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그래서 어떻게 하 잃지 않을 수 있는데?"라는 질문에 답변드릴 수 있는 글은 아니었음을 밝힙니다.



3. 투자의 기본 - 안전마진

먼저 안전마진의 기준을 먼저 살펴보면, BM이나 성장성, 보유현금, 수익성, PER밴드, 평균 PER, PBR, 배당성향, 무차입 경영, 지속되는 ROE 등 다양한 요소들이 활용될 수 있다. 이는 크게 '주관적 시각'이 반영되는 영역과 '객관적 확인'이면 충분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로 BM/성장성/브랜드가치 등이 있으며 후자로 보유현금/PBR/부채비율 등이 있다. 후자의 경우는 예상이 아닌 확인의 영역이고, 눈에 찍힌 객관적 정보를 보고 판단하면 충분하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앞서 올렸던 (1), (2) 글에서는 잃지 않는 것에 예민해야 하며, 그에 대한 기준은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 말한 바 있다. 누군가는 동종업계 PER 15에 비해 현재 10배는 저평가라고, 누군가는 역사적 저점이므로 저평가라고, 누군가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그것이 경쟁기업이 도산되는 과정이었으므로 저평가라고, 누군가는 PBR 0.5 이하를 보고 저평가라고, 누군가는 해자를 볼 때/장기적 성장성을 볼 때 현 가격은 저평가라고, 누군가는 장기간 지속되는 ROE와 높은 배당성향을 보고 저평가라고 판단할 수 있다. 여기서 저평가라는 것은 가격이 가치 대비 높게 형성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안전마진'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안전마진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이는 애초 그 기준이 되는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 것에서 비롯된다. 즉 가치를 보는 기준, 가격을 보는 기준이 다르면 안전마진을 판단하는 기준도 당연히 다른 것이다.

한편 다양성을 관통하는 안전마진의 관점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한창 좋은 기업은 '이제 더 이상의 성장성은 제한적'이라거나 '앞으로는 떨어질(=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점으로 보는 것, 반대로 한창 좋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 나빠질 일은 없다'거나 '앞으로는 좋아질(=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점으로 보는 것이 있다. 좋을수록 더 좋을 거라 보고, 안 좋을수록 더 안 좋을 거라 보는 것은 안전마진의 관점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개 한창 좋은 기업은 펀더멘탈이 좋은 것 이상으로 주가가 오버슈팅하게 마련이고,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은 대개 상방은 좁은 반면 하방은 깊게 열려 있다. 상당한 성장이 예상됨에도 주가는 아직 오르지 않은 기업에 투자기회가 있다.
"만약 어느 기업의 주가가 지난 6개월 간 두 배로 올랐다면 이미 매수시점을 놓쳤을 가능성이 높다." -랄프 웬저-
*한창 좋은 것과 이제 막 좋아지기 시작하는 것은 다르다. 
*장기간 3~5배, 나아가 10배까지 쉬지 않고 우상향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흔치 않은 기회이다. 우리가 투자하는 99%의 경우는 대개 '한동안', '일정 기간' 좋은 경우이다.

기업의 매력도를 평가할 때 지금까지 올랐으므로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하는 것도 안전마진과는 거리가 있는 관점으로 판단된다. 이를 보고 '그런 사람이 있나?'라고 의문을 가질 사람이 많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꽤나 많다."고 답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을 듣고 그 기업의 주가 흐름을 봤더니 오랜 기간 지루하게 횡보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외면한다. 반면 어떤 기업을 듣고 그 기업의 주가 흐름을 봤더니 최근 꽤 올랐으면, 사람들은 이에 관심을 갖는다.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기업에 관심이 없음은 물론이다. 대개 지난 주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 장기간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며, 지난 주가가 좋으면 "이젠 사야 한다."고 판단하곤 한다.
*'원하는 가격에 매수하지 않으면 내 종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성장주 매수에도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 아닐까? 단, 여기서 핵심은 애초 '원하는 가격'을 산정해둔다는 점이다. 이는 스스로 기업에 대한 판단을 어느 정도 마쳤음을 의미한다. 그전에 급한 마음으로 매수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하였듯, 안전마진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그러나 위의 관점들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주식투자자로서의 관점이 아닐까 싶다. 사견을 덧붙이면 비교적 객관적 정보라 할 수 있는 '자산가치/PBR/배당성향/부채비율/보수적 회계처리' 등은 안전마진의 근거로 활용하기에 '사업의 가치/성장성/(내가 생각하는)적정PER/ROE의 지속가능성' 등의 주관적 관점보다 나은 것으로 생각한다. 전자는 안전마진의 관점에서, 후자는 "주가가 얼마나 오를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즉 '얼마나 잃을 수 있는가'는 정량적 지표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벌 수 있는가'는 정성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하방을 정성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는 사견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잃을 수 있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일 뿐이다.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투자 전략은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지만 그 기반에는 반드시 안전마진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자산가치가 뛰어나고 PBR이 낮으며 회사를 보수적으로 운영할뿐더러 해자가 있고 또 무차입으로 경영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개 신사업의 성공 여부가 애매하다거나 성장성이 언제 꺾일지 모른다거나 비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거나 주주환원정책이 부족하다거나 자본이익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할 수 있다. 즉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투자할 만한 이유 또한 있을 수 있다. 신사업의 성공 여부가 애매하지만 성공할 경우는 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거나 재무구조 개선으로 배당 개시가 기대된다거나 사업의 성장성은 적지만 자산재평가의 가능성이 있다거나 웬만하면 성장성이 정체될 것 같지는 않다거나 등등... 투자아이디어가 훼손될 수 있지만투자아이디어가 잘 작동할 경우 수익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동시에 "잘 되면 좋지만, 안 돼도 무방한"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으며, "잃을 가능성은 낮으면서도 벌 수 있는 투자"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애매함 속에 안전마진을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를 한다면, 이는 '잃을 수도 있으면서 벌 수도 있는 투자'가 될 것이고.

안전마진은 다양한 투자아이디어 속 핵심 전제이다. 다양성이라는 단어로 훼손될 수 없는 개념이며, 안전마진을 중시하는 투자자만이, 얼마나 잃을 수 있는지에 예민한 투자자만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투자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투자아이디어가 잘 작동하지 않아도 무방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안전마진을 내려놓고 '벌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할 때 손실은 시작된다. 한편 끝없는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점, 그리고 끝없는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점은 주식투자자의 관점으로 부적절한 듯하다. 오히려 가파른 성장속도는 더욱 조심하고 경계해야 함을 시사하며 끝없는 하락은 턴 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편에서 언급하였듯, 그리고 이 글에서 언급하였듯 안전마진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자신만의 종목선별기준과 판단기준을 정립해야 하며 안전마진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판단을 함에 있어 안전마진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얼마나 잃지 않는가를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안전마진은 투자의 기본이며, 투자자는 잃지 않는 것에 가장 예민해야 한다.

*안전마진은 가급적 정량적 지표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썼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경쟁기업들이 도산하는 과정에서의 지속되는 적자라면, 앞으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래 순이익을 가정하였을 때 현 주가가 현저한 저평가라면, 현 PBR과 ROE의 지속가능성을 예상해본 결과 저평가라고 판단된다면 이는 하방보다는 상방이 훨씬 열려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가는 미래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판단을 전면 부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 또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뻔하고 뻔한 얘기인데요, 그래서 투자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실제로 워낙 상황에 따라 다양하니까요...^^;;
*이 시리즈(?)는 제 투자관을 정립하며 정리하는 글들입니다. 과거 투자철학을 정립하였다면, 최근에는 종목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립하였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러시겠지만, 낮은PBR이나 배당성향, 미래성장성, BM, PER밴드, 부채비율 등 위에 언급한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안전마진을 먼저 판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애매한 부분이 있고 '잃을 수 있는 것'이 보인다면 가급적 배제하려고 하고요. 결국 '다양할 수 있는 자신만의 투자관'과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전제해야 할 '잃지 않는 것에 예민함'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하나같이 뻔한 얘기들이었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