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잃는 것에 예민한 투자에 대하여
투자에서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벌을 수 있느냐'일까, '얼마나 잃을 수 있느냐'일까? 성공적인 투자자는 먼저 얼마나 잃을 수 있는가를 보는 듯하다. 이익을 따지기에 앞서 손실에 먼저 예민한 것이다. 투자에 있어 '잃지 않는 투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50%를 잃으면 회복할 때는 100%를 벌어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잃지 않아야 '복리'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도 그렇다.
예를 들어 한 해는 100%의 수익을 보고 한 해는 -30%의 손실을 보는 것을 10년간 반복하면 원금은 약 5.4배로 늘어난다(물론 100%의 수익을 이렇게 자주 얻는 것은 대단히 쉽지 않다.). 그리고 연 30%의 수익률을 10년간 꾸준히 내면 원금은 약 13.8배로 늘어난다. 이러한 차이는 20년, 30년으로 가면 복리의 효과로 더욱 크게 벌어진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벌고 조금 잃는 것보다 조금씩 꾸준히 버는 것이 훨씬 우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 단위의 투자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상반기에 크게 벌고 하반기에 조금 잃는 것보다,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조금씩 버는 것이 더 낫다. 1분기에 벌고 2분기에 잃는 것보다 1분기와 2분기 모두 조금씩 버는 것이 낫다. 이번 달에 벌고 다음 달에 잃는 것보다 두 달 모두 잃지 않는 것이 낫다. 잃지 않는 투자와 복리의 원리는 연 단위로는 물론 반기, 분기 등 매 순간의 투자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리인 것이다. 50%를 잃으면 회복할 때는 100%를 벌어야 한다는 것은, 반대로 100%를 번 것도 50%를 잃으면 순식간에 날아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나 벌 수 있느냐'에 주목하는 투자자는 때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듯하다. 이들은 지루한 투자로는 보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보이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곤 한다. 하지만 100%를 벌고 50%를 잃은 투자(=원금)는 결국 1%를 버는 투자보다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벌 수 있느냐'에 집중하는 투자자는 언젠가 잃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 정도의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낸다면 머지않아 국내 최고의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인데, 그러한 사례를 아직까지 우리가 만나지 못한 이유이다(연 2배로 10년이면 원금은 약 1,000배로 불어난다.). 중요한 것은 결국 '지속성'이다. 장기적으로 조용히 원금을 불려가는 쪽은, 시장에 오랜 기간 살아남아 있는 쪽은 "얼마나 잃을 수 있느냐"에 먼저 주목하는 투자자가 되게 마련이다.
'잃지 않는 투자'라고 하면 지루하고 고루한 이야기로 들리기 십상이다. '얼마나 벌 수 있는가'와 '얼마나 잃을 수 있는가'를 비교할 때, 후자는 뭔가 '저렇게 해서 언제 벌어?'라는 느낌을 주곤 한다. 그러나 복리의 원리는 차치하더라도 애초 '잃지 않는 투자'가 '벌 수 없는 투자'와 동의어인 것은 아니다. 잃지 않으면서도 벌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투자의 핵심이라고 판단된다. 단지 우리는 많은 경우 '잃을 수도 있지만 벌 수도 있는 투자'와 '잃을 가능성은 낮으면서도 벌 수 있는 투자'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먼저 안전마진의 기준을 먼저 살펴보면, BM이나 성장성, 보유현금, 수익성, PER밴드, 평균 PER, PBR, 배당성향, 무차입 경영, 지속되는 ROE 등 다양한 요소들이 활용될 수 있다. 이는 크게 '주관적 시각'이 반영되는 영역과 '객관적 확인'이면 충분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로 BM/성장성/브랜드가치 등이 있으며 후자로 보유현금/PBR/부채비율 등이 있다. 후자의 경우는 예상이 아닌 확인의 영역이고, 눈에 찍힌 객관적 정보를 보고 판단하면 충분하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앞서 올렸던 (1), (2) 글에서는 잃지 않는 것에 예민해야 하며, 그에 대한 기준은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 말한 바 있다. 누군가는 동종업계 PER 15에 비해 현재 10배는 저평가라고, 누군가는 역사적 저점이므로 저평가라고, 누군가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그것이 경쟁기업이 도산되는 과정이었으므로 저평가라고, 누군가는 PBR 0.5 이하를 보고 저평가라고, 누군가는 해자를 볼 때/장기적 성장성을 볼 때 현 가격은 저평가라고, 누군가는 장기간 지속되는 ROE와 높은 배당성향을 보고 저평가라고 판단할 수 있다. 여기서 저평가라는 것은 가격이 가치 대비 높게 형성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안전마진'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안전마진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이는 애초 그 기준이 되는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 것에서 비롯된다. 즉 가치를 보는 기준, 가격을 보는 기준이 다르면 안전마진을 판단하는 기준도 당연히 다른 것이다.
한편 다양성을 관통하는 안전마진의 관점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한창 좋은 기업은 '이제 더 이상의 성장성은 제한적'이라거나 '앞으로는 떨어질(=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점으로 보는 것, 반대로 한창 좋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 나빠질 일은 없다'거나 '앞으로는 좋아질(=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점으로 보는 것이 있다. 좋을수록 더 좋을 거라 보고, 안 좋을수록 더 안 좋을 거라 보는 것은 안전마진의 관점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개 한창 좋은 기업은 펀더멘탈이 좋은 것 이상으로 주가가 오버슈팅하게 마련이고,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은 대개 상방은 좁은 반면 하방은 깊게 열려 있다. 상당한 성장이 예상됨에도 주가는 아직 오르지 않은 기업에 투자기회가 있다.
기업의 매력도를 평가할 때 지금까지 올랐으므로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하는 것도 안전마진과는 거리가 있는 관점으로 판단된다. 이를 보고 '그런 사람이 있나?'라고 의문을 가질 사람이 많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꽤나 많다."고 답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을 듣고 그 기업의 주가 흐름을 봤더니 오랜 기간 지루하게 횡보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외면한다. 반면 어떤 기업을 듣고 그 기업의 주가 흐름을 봤더니 최근 꽤 올랐으면, 사람들은 이에 관심을 갖는다.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기업에 관심이 없음은 물론이다. 대개 지난 주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 장기간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며, 지난 주가가 좋으면 "이젠 사야 한다."고 판단하곤 한다.
*'원하는 가격에 매수하지 않으면 내 종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성장주 매수에도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 아닐까? 단, 여기서 핵심은 애초 '원하는 가격'을 산정해둔다는 점이다. 이는 스스로 기업에 대한 판단을 어느 정도 마쳤음을 의미한다. 그전에 급한 마음으로 매수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하였듯, 안전마진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그러나 위의 관점들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주식투자자로서의 관점이 아닐까 싶다. 사견을 덧붙이면 비교적 객관적 정보라 할 수 있는 '자산가치/PBR/배당성향/부채비율/보수적 회계처리' 등은 안전마진의 근거로 활용하기에 '사업의 가치/성장성/(내가 생각하는)적정PER/ROE의 지속가능성' 등의 주관적 관점보다 나은 것으로 생각한다. 전자는 안전마진의 관점에서, 후자는 "주가가 얼마나 오를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즉 '얼마나 잃을 수 있는가'는 정량적 지표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벌 수 있는가'는 정성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하방을 정성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는 사견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잃을 수 있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일 뿐이다.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투자 전략은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지만 그 기반에는 반드시 안전마진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자산가치가 뛰어나고 PBR이 낮으며 회사를 보수적으로 운영할뿐더러 해자가 있고 또 무차입으로 경영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개 신사업의 성공 여부가 애매하다거나 성장성이 언제 꺾일지 모른다거나 비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거나 주주환원정책이 부족하다거나 자본이익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할 수 있다. 즉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투자할 만한 이유 또한 있을 수 있다. 신사업의 성공 여부가 애매하지만 성공할 경우는 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거나 재무구조 개선으로 배당 개시가 기대된다거나 사업의 성장성은 적지만 자산재평가의 가능성이 있다거나 웬만하면 성장성이 정체될 것 같지는 않다거나 등등... 투자아이디어가 훼손될 수 있지만, 투자아이디어가 잘 작동할 경우 수익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동시에 "잘 되면 좋지만, 안 돼도 무방한"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으며, "잃을 가능성은 낮으면서도 벌 수 있는 투자"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애매함 속에 안전마진을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를 한다면, 이는 '잃을 수도 있으면서 벌 수도 있는 투자'가 될 것이고.
안전마진은 다양한 투자아이디어 속 핵심 전제이다. 다양성이라는 단어로 훼손될 수 없는 개념이며, 안전마진을 중시하는 투자자만이, 얼마나 잃을 수 있는지에 예민한 투자자만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투자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투자아이디어가 잘 작동하지 않아도 무방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안전마진을 내려놓고 '벌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할 때 손실은 시작된다. 한편 끝없는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점, 그리고 끝없는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점은 주식투자자의 관점으로 부적절한 듯하다. 오히려 가파른 성장속도는 더욱 조심하고 경계해야 함을 시사하며 끝없는 하락은 턴 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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